[클릭! 이 사람] 친환경 플라스틱에 젊은 피 수혈한다
[클릭! 이 사람] 친환경 플라스틱에 젊은 피 수혈한다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1.09.15 1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원플라스틱 송호관 대표

[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20대부터 플라스틱 업계에서 CEO로 활동해 온 사람은 적지 않다. 하지만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주원플라스틱 송호관 대표(사진)는 얘기가 사뭇 다르다. 보통 20대부터 대표로 활동해 왔다면 선대에서부터 같은 업종에 종사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송 대표는 창업부터 현재까지 혈혈단신으로 일명 ‘정글’이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업계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창업 후 8년, 이제는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통해 꾸준히 새로운 제품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군인 시절, 우연찮게 말년휴가를 나온 그에게 던져진 집 주변 플라스틱 업체에서의 아르바이트. 그것이 송 대표와 플라스틱과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단순한 수거 업무라고 해서 시작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서울 길을 매일같이 짐을 가득 싣고 운전하는 것은 물론, 쌀보다 무거운 플라스틱을 끊임없이 등에 이고 다녔다. 밤이면 씻지도 못한 채 쓰러져 자기 일쑤였고 플라스틱 덩어리를 차에서 내리다 뼈가 부러지는 일은 다반사였다. 심지어 다쳐서 결혼식도 늦춰질 정도였다.

그는 “이렇게 힘들고 자주 다치는데 플라스틱에 점점 애정이 생겨나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말년휴가 때부터 군 전역 후 바로 일을 이어나갔던 그에게는 이제 아르바이트가 아닌, 자신의 직업이었다.

하지만 직업으로서도 하는 일은 휴가 시절 해 왔던 일과 마찬가지였으며, 그렇게 2년을 보냈다. 힘들고 다치는 것도 매한가지였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었다. 바로 ‘기계를 돌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같이 일하던 공장장의 갑작스런 부재가 그 이유였다.

기계를 접한 그에게 공장은 그야말로 ‘놀이터’와도 같았다. 하루에 두 시간 가량만 공장에서 쪽잠을 자며 기계를 배워나갔고, 당시 대표가 칫솔과 속옷까지 사주며 집에 가서 쉬면서 일하라고 전할 정도였다. 재미있었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마치 미래가 퍼즐처럼 한 조각 한 조각 맞춰지는 것 같았고, 그 퍼즐조각이 하나의 미술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작품이 어느 정도 두각을 드러내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2공장 원료 재생공장에 화재가 난 것이다. 주요 거래처였다. 화재의 규모는 굉장했다. 소방관 한 분이 돌아가실 정도의 규모였다.

내 꿈이 타버리는 것 같았다. 플라스틱 성형 공장에서, 원료를 대주는 재생공장의 부재는 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문득 ‘다른 이들처럼 일하던 곳을 나와서 새로운 회사를 차리는 것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바통을 이어 받아 차리는 것이 더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은 결혼식을 보름 앞둔 날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내에게는 미안하게도 그는 새로운 회사를 차리고 끊겨버린 퍼즐 조각을 다시 맞추기 위해 바쁜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결혼식 후 보름 남짓. 송 대표는 ‘FP리싸이클’이란 회사를 개업하게 된다. 재생 플라스틱 사업이었다. 네 가지 플라스틱을 재생한다는, Four Plastic 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여렸던 탓일까. 아니면 경험이 부족했던 탓일까. 둘 다 맞거나, 둘 다 아니라면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회사는 부도를 맞이하게 된다. 개업 1년만의 일이었다.

송 대표는 “받을 돈은 많지만, 받지 못해 망한다는 말을 그 때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너질 수가 없었다. 다시 일어나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의 주원플라스틱이란 상호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됐다. 그를 다시 일어나게 한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가족이다. 주원플라스틱의 ‘주원’은 송 대표의 아들 이름으로, 자녀의 이름을 걸고 다시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정직한 생산’이라는 결심이다.

그는 “문제가 있으면 무조건 잘못을 인정한다. 그리고 반품이 있다면 무조건 신속한 교체를 원칙으로 한다. 이 것들이 새로 일어날 수 있었던 ‘사업 모토’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는 재생 플라스틱을 ‘쌀’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판매해 온 재생 플라스틱을 ‘쌀’이라 생각해야, 매일 먹고 입을 대는, 내가 생산한 플라스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나는 환경을 마음 속 깊이 생각하는 기술을 다룬다고 생각한다. 재생을 통해 환경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주원플리스틱의 주 무기는 재생 플라스틱이다. 재생원료를 만드는 곳이다. 그 원료를 통해 다양한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또한 그의 재생 플라스틱 원료가 다양한 기술들과 어우러진 아이디어 제품 ‘자연친화적 친환경 의자’를 선보일 예정이다.

의자는 바른 자세를 유도하기 보다는 누구든 의자에 앉았을 때 편안함을 느껴야한다는 것이 송 대표의 생각이다. 제품을 만들 때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편안하게 앉으시라는 마음으로 만들었고,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항균제까지도 첨가했다.

현재 이 제품은 특허를 진행 중이며, 특허 등록이 완료되는 시기를 기점으로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지속적으로 변형시켜 사람을 생각하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출시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누구에게는 허무맹랑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짧고 굵게 알리바바나 샤오미를 넘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며 “꿈을 꿔야 그 현실에 가까워지듯이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더 큰 변화를 가져온다. 앞으로도 친환경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제품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는 송 호관(宋 鎬寬)이 되겠다”고 전했다.

30대 중반. 1985년생, 37살에 불과한 그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풍파와 시련을 겪으며 오늘 이 자리에 섰다. 플라스틱인, 플라스틱 공학인, 젊은 대표 등 그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많다. 하지만 그에게 플라스틱은 여전히 ‘쌀’이다. 그리고 남은 세월 또한 ‘쌀’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려 한다. 지금, ㈜주원플라스틱의 발전을 기대해 볼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