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도 칼럼] 현실이 되는 영화, 그리고 ‘부작용’
[정이도 칼럼] 현실이 되는 영화, 그리고 ‘부작용’
  • 공학저널
  • 승인 2021.08.19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기술이 하나둘 현실에 등장했다. 말 그대로 인간의 상상력으로만 만들어졌던 것이 눈앞에 나타났고 실제로 대중화돼 사용하는 것들도 있다. 지난 몇 십년 동안 3차 산업의 발전을 통해 반도체, 자동차, 인터넷 기술이 발달했고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된다.

기술발전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에 그 시장을 점령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는 기업을 벗어나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잠깐 딴짓을 하면 더 나은 기술이 만들어지고 몇 십 년 동안 개발해온 기술은 금방 사라지고 또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는 상황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벌어지고 있다.

영화에서 봤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 기술이 현실에서 가능해졌다. 미래에나 있을 법한, 어쩌면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 기술이 가능해진 것이다. 1946년 세계 최초로 컴퓨터 ‘애니악’이 만들어진 지 80년 가까이 된다. 100년도 안 되는 시간에 인간과 컴퓨터가 전기적으로 연결이 됐다.

컴퓨터가 만들어진 이후에 상상이 현실이 되는 속도는 너무 빠르다. 실생활에서는 말로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일이 가능해졌고, 누구나 스마트폰이라는 아주 작은 컴퓨터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이 작은 컴퓨터는 스마트폰이다.

1996년 노키아에서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2002년 블랙베리, 2010년 아이폰4가 만들어지면서 스마트폰은 대중화됐다. 2011년 3월에는 우리나라에 1000만대의 스마트폰이 보급이 이뤄졌고 이듬해는 2300만대의 스마트폰이 보급됐다.

말로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사물인터넷이라는 개념은 2010년 초반에 등장했는데 관련 기술 분야 역시도 급격하게 발전했고 지금은 많은 대중화를 이뤘다. IPTV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말만으로 가전제품을 끄고 켤 수도 있고 외부에서 집 안의 제품을 작동시킬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과 같은 4차산업의 대표 기술은 로봇공학,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정도가 있다. 가상현실은 20년 전부터 나왔지만 5G, 빅데이터를 다루는 클라우드 등의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이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기술이 기술을 만들고 다른 기술이 또 다른 기술을 활성화하는 모델이 기하급수적으로 만들어지면 첨단기술의 개발 및 대중화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것이다.

아이언맨2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의 아버지가 무한 에너지 공급 장치를 개발하고도 그 시대에는 주변 기술 및 인프라가 없어 개발되고 있지 못하고 몇 십년이 지난 후에 주인공이 그의 아버지가 만든 무한 에너지 공급 장치를 설계도를 보고 제품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주인공은 설계도를 가지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무한 에너지 공급 장치를 만들어 냈다. 이처럼 어느 정도의 기술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라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것은 지금도 적용된다.

2008년에 만들어진 아이언맨 영화에서 주인공이 입고 나오는 하늘을 나는 수트가 현실에서 비슷한 형태로 개발됐다.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만들어지는데 10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것은 이제 아이디어만 있다면 개발하고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과장되게 말해 10년이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 비약적이고 과장되게 말했지만, 인간에게 돈과 시간, 엄밀히 말하자면 만들고자 하는 재료와 시간만 있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못 만들 것이 없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로봇이 당연하게 있는 세상이라면 앞으로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제는 상상하고 기획하고 기술개발 및 제품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이 과거처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같이 묶여 있는 느낌이다. 창의력이 뛰어난 한 명의 사람만 있다면 인공지능과 로봇을 통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미래가 곧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도 3차 산업에서 4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면 1명의 똑똑한 사람이 100명의 일반 사람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많은 기술적 진보를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똑똑한 1명의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체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1명의 똑똑한 사람이 기술의 발전은 혼자서도 가능한 시대가 앞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은 과거 우리가 살아왔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가 됐다.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 이론적으로 타임머신도 가능하다 했는데 그렇다면 인간이 이것을 안 만들 이유는 없다. 어쩌면 누군가는 현재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나 미래에 있을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원하는 시대에 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갔다가 원래 있던 시대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지금 스쳐 지나갔던 사람 중 누군가는 과거나 미래에서 온 사람일 수도 있다.

그 말은 급격하게 진행되는 발전은 일부 사람들의 일이며 일반인들은 그것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부 지식과 정보를 가진 자들만의 잔치가 앞으로는 꾸준하게 벌어진다는 말이 된다. 그 외에 사람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그 외의 대다수 사람은 아마도 지식과 정보가 없을 것이고 그들의 직업은 단순노동이나 저 숙련도의 일을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이 가진 단순노동이나 저 숙련도의 일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기술발전의 속도만큼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정보와 지식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빈부격차가 너무나 크게 다가올 세상이 곧 눈앞에 벌어진다.

이미 일자리는 사라지는 중이다. 무인편의점이 등장했고 키오스크로 불리는 무인주문기가 등장했다. 불과 몇 년 전에 언론에서 떠들고 실체를 보이지 않았던 일자리 감소의 모습을 개개인이 체감하고 있다. 이는 비단 일반인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고숙련자에게도 일부는 해당이 된다. 엔지니어가 가장 좋은 예다.

전기차의 생산으로 내연기관 엔진 관련 일자리의 붕괴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 필요한 부품이 3만 개라면 전기차는 1만 개만 필요하다. 나머지 2만 개의 부품은 필요하지 않기에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하청기업들은 일을 잃게 될 것이고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보통 자동차 대기업의 1차 협력사는 5000개가 넘고 2차 협력사는 1만 개가 넘는다고 보면 최소 2차 협력사 수의 1/3인 3000개 이상의 일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술개발로 인한 일자리 감소의 위험은 단순노동이나 저숙련 노동에서나 해당하는 것이었지 엔지니어들의 일자리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무인편의점과 키오스크가 일자리 감소의 시작이고 드론이 대중화되면 배달에 특화될 것이며 여기서 또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자율주행이 대중화된 이후에는 말할 것도 없다.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겠지만 이와 비교 안 되게 사라지는 일자리는 더욱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기에 그저 한 분야만 묵묵히 하기에는 내가 하는 일이 어느 순간 쓸모없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넋 놓고 바라만 볼 수도 있게 된다. 대신 이를 넘어서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누군가는 예전에 엔진 전문가였지만 몇 십년 후에는 드론 택시 개발자가 돼 나타날 수도 있다.

경험은 개인이 습득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그릇이 되기에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그동안 만든 큰 그릇보다도 훨씬 작은 그릇이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작은 그릇에 옮겨 담을 시기가 어쩔 수 없이 올 때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고민은 어느 특정 분야나 특정 개인만 하는 고민이 아니라 누구나가 하는 고민이 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은 현재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다. 기술발전의 속도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빠르다. 그렇기에 우리가 나중에 옮겨 담아야 할 그릇이 아주 작은 그릇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_정이도
㈜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