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펜데믹을 이겨내는 배려의 기술
[칼럼] 펜데믹을 이겨내는 배려의 기술
  • 공학저널
  • 승인 2021.08.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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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고용지원팀 김정훈 팀장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고용지원팀 김정훈 팀장

팬데믹은 업무, 일상생활, 취미, 여가생활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바꿔 놓았다. 펜데믹이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러한 펜데믹으로 인해 많은 일자리들이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그렇다면 장애인 일자리 상황은 어떨까.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고용정보원을 통해 확보한 ‘장애인 구직급여 신청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34188명의 장애인이 구직급여를 신청해 총 3146억 원을 받았다.

이는 전년 대비 같은 기간보다 신청 인원은 2천여명, 지급액은 56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단순 업무에서의 장애인 일자리 비중이 높은 상황인데, 코로나19에 따른 기업 경영 어려움과 인력 조정의 사이에서, 장애인 근무 분야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러한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10년 넘게 장애인고용 지원 업무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근래와 같은 변화는 처음 겪는다. 외부 경제 상황과 고용 시장의 변화의 충격이 고스란히 장애인 일자리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장애인 일자리의 형태와 취업 연결의 모습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는 곧 새로운 기회다. 복지관은 팬데믹 시기 장애인에 적합한 직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 사업체의 취업 유지라는 기본 위에, 팬데믹 이후 사회 전반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이 변화에 적합한 새로운 직무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장애인 취업 사례를 만들어냈다. 눈여겨 볼만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첫 사례는 ‘소프트웨어 테스터’다. 소프트웨어 테스터는 소프트웨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반복적으로 테스트하는 직업이다. 반복적인 직무에 강점을 가진 자폐성 장애가 있는 자에게는 적합한 직무라고 볼 수 있다. 모 IT기업의 자회사 중 한 곳에 이 직무를 제안했고 면접 후 고용돼 현재 근무 중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모 기업에서는 재택근무 형태로 음원에 싱크 맞추는 직무를 통해 장애인 8명을 채용했다. 음원사이트에서 노래와 가사가 맞지 않을 경우가 있는데, 장애인 근로자가 이 부분을 듣고 노래와 가사를 직접 맞추는 직무다. 특히 이 회사는 장애인 근로자의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장애인 근로자가 잘 할 수 있는 음원 싱크를 맞춰주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개발해 제공했다. 특히나 장애인 중에서도 취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정신관련 장애인이나 뇌전증 장애인, 신장 장애인 등이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식품기업과 관련된 사례도 있다. 국내 유명 식품기업은 ‘데이터 라벨링’이라는 새로운 장애인 직무를 개발했다. 인공지능 학습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에 라벨을 붙이는 작업이다. 예컨대 상품평의 긍정, 부정 여부를 판단하거나, 카테고리를 구분하는 등의 직무다. ‘4차 산업혁명의 쌀’이라 일컫는 데이터의 가공에 시범적으로 2명의 장애인 취업됐으며 추가 채용도 진행되고 있다.

이번 취업을 계기로 데이터 라벨링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애인 A씨는 “장애로 인해 한 달에 일주일 정도 입원을 해야 해서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재택근무 형식의 데이터 라벨링은 치료와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삶의 만족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환경 변화에 발맞춘 장애인 직무들이 더 많이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의 공통점은 재택근무 형식이자, 산업 구조 변화와 소비문화 변화에 따라 생겨난 직무라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과 더 가속화된 생활 모습의 변화에 장애인 일자리 직무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정보 제공과 취업 연결은 단순한 장애인 구직 활동이 아닌 한 사람의 보통의 삶, 안정된 삶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술의 발전과 장애에 대한 배려가 혼란한 사회에 ‘기회의 끈’이 되고 있다. 현명한 판단을 통해 펜데믹을 빠르게 이겨내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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