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력발전설비의 설계·제작 자립화, 국내 수력시장의 길을 제시하다
수력발전설비의 설계·제작 자립화, 국내 수력시장의 길을 제시하다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1.07.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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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수력발전설비의 수명은 50MW 급 설비를 기준으로 약 30년에서 40년이며, 설비의 노후화에 따른 현대화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20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간 수력발전설비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시장 경쟁력을 위해 국산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수차는 물이 가진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직접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그 성능과 운전특성에 따라 관계 설비 전체의 사양이 결정된다. 실제 이러한 사양을 결정하는 수력설계와 함께 성능 보증과 내구성 확보가 가능한 제작 설계가 완료되면 발전기를 포함한 각 구성품의 제작과 함께 토목공사와 구조물 공사도 동반된다.

또한 수차는 그 개념이 매우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각 구성품의 주요 핵심 기능을 잊어버리는 오류를 많이 범하게 되며, 비록 소수력급에 한정돼 있지만 국내에서도 지금까지 이러한 오류를 많이 경험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발주기관에서는 기술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으로 변모했으며, 국산화에 대한 의욕이 상실되면서 외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러한 기존 연구 개발된 국내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소극적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물관리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중대규모 수력플랜트 기술 개발(21IFIP-B128598-05)’ 사업이 착수됐다. 이번 연구 과제는 국내 기술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은 해외 선진사로부터 직접 받아들여 보유 기술과 함께 수차의 특성에 부합하도록 최적의 조건으로 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연구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기업들과 다양한 정보 공유와 기존 기업이 가진 특화된 기술의 조합을 유도하면서 수력플랜트 건설 공정 전반에 대한 일본 선진사의 엔지니어링 지원을 추가해 국내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부가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개발에 중추 역할을 맡은 ㈜신한정공은 현재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운영 중인 대청댐 수력발전소 내 45MW급 프란시스 수차발전기 2기중 1기에 대한 수력 설계와 수차의 제작 설계, 실물 제작, 수차 설치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수력 설계 기법과 분석 방법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와의 기술교류, 교육 등을 통해 체계화하고 있다. 개발 대상물인 프란시스 수차용 임펠러 설계에 대한 기술력 향상을 위해 일본 와세다 대학 기계공학부의 수차분야 전문 실험실에 국내에서 유체기계 분야를 전공한 박사 1인의 연구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대청댐 수력발전소에 설치될 수차에 대한 수력설계와 성능 검증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물을 토대로 현재 신한정공에서는 실물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설비에 대해서는 일본의 수력 전문기업인 Voith Fuji사와 기술 지원 협약으로 신한정공 연구 인력의 기술문의가 가능하도록 대화 창구를 확보해 지난 4년간 설비의 설계와 제작과 운용에 대한 기술자문을 받고 있다.

이렇듯 신한정공은 지난 2006년부터 수력설비의 사용자인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국내 수력발전설비 제작 기술의 국산화를 앞당기고 국내 제품의 품질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참여해 왔다. 특히 50kW급 카플란 수차 국산화, 1MW급 프란시스 수차, 6MW급 벌브의 설계와 제조기술에 대한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수행했다.

지난 2016년까지 신한정공을 포함한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연구를 통해 수력발전설비의 국산화는 15MW급 프란시스 수차발전기까지 진행됐으며, 2017년부터는 중규모급 설비에 대한 국산화에 눈을 돌려 45MW 출력의 대청댐 수력발전소 내 수차발전기를 대상으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기술개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신한정공 황영철 부사장(사진)은 “설비의 현대화 범위와 형식, 조건 등에 따른 비용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용 중 약 80% 이상은 수력설비 전문 공급 기업의 비용으로 지출돼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기술이 부족할 경우 관련 비용의 거의 대부분을 해외 기업에 지불하고 기자재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현실을 벗어나서 기술의 자립화를 이룰 수 있다면, 약 4년에 1회씩 수행하게 되는 설비의 현대화 혹은 신규 설치비용을 국내 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연간 약 50억 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와 함께 관련 기술의 활용을 통한 발전설비 유지보수 기술의 향상, 비용절감효과 등을 이번 연구개발 수행에 따른 산출물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인 기술력 우선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 수력설비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해 국내 수력시장의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할 시기다. 지금까지의 입찰을 통한 수력설비 공급 현황을 보면 제품의 품질보다는 예산의 한계를 반영한 제품공급이 주를 이뤘다. 특히 공급자와 수요자간의 의견이 취합돼 진행된다기보다는 예산에 맞춰진 설비의 공급으로 인한 기술력과 대외 경쟁력 저하가 국내 수력 시장의 발목을 잡아 왔다.

이에 신한정공은 가격 경쟁을 통한 시장의 과열을 초래하기 보다는 합당한 기술과 가격이 접목되는 수력 시장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황 부사장은 “100년 이상의 생산이력과 기술개발, 다양한 판로, 경험 자료를 확보한 해외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의 올바른 경쟁과 판단, 관계 기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시장규모 면에서 다수 기업의 진출이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관련 기업에서 기술을 축척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공공기관의 수력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깊이있는 검토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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