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교량 재난 피해 최소화에 앞장
케이블교량 재난 피해 최소화에 앞장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1.05.28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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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서해안고속도로 화재사고를 계기로 케이블교량의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을 대비해 방재시설을 합리적으로 설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기준 마련에 나섰다.

지난 2015년 12월 3일 서해안고속도로인 서해대교의 케이블 상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세 번째 사례로 보고될 정도로 특별한 사고로써 낙뢰가 교량을 지지하는 케이블에 떨어져서 화재가 발생한 사고다. 이 사고로 인해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절단된 케이블을 수리하기 위해 20일간 서해안고속도로의 차량이 통제되는 불편과 사회적 손실은 피할 수 없었다.

이렇듯 케이블 교량은 교량의 상판을 케이블로 지지해 교각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넓히고 경관적으로 조형미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서해대교 낙뢰화재와 같이 예기치 못한 자연적 재난이나 대형교통사고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발생된 재난에 의한 인명피해를 줄이고 구조물의 안전과 기능을 유지시키기 위한 대응활동이 어려운 구조물이기도 하다. 이는 케이블 교량이 대부분 깊은 바다나 계곡, 강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사고처리 인원의 접근이 어렵고 높은 주탑과 얇은 케이블로 구성돼 있어 구조물의 안전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블 교량 위에는 긴급전화, CCTV, 소화기, 안개시선유도등 등 재난을 예방하고 사고처리를 도우며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수많은 방재시설이 설치된다.

하지만 서해대교 낙뢰화재 발생 당시까지 이러한 방재시설을 설치하는데 사용되는 기준이 40여개 이상으로 대단히 많고 다양해 전문가들조차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워 오적용이나 과다 혹은 과소적용이 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더구나 낙뢰에 의한 케이블 화재와 같이 특이한 사고가 발생할 것을 대비한 시설들에 대해서는 관련 기준이 전무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에서는 이러한 사고발생 사례와 그간의 여건들을 고려해 케이블 교량 전용 방재시설 관련 기준을 마련하게 됐다.

그 첫 번째로 교량에서 발생하는 재난관리 방법론과 방재시설과의 연관성을 정립했다.

케이블교량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 지방국토관리청에서는 11개 종류의 재난에 대해 재난발생 시 대응 방법이 제시된 현장조치행동매뉴얼을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재난 발생 시 방재시설에 대한 활용 방법만 기재돼 있으며 해당 시설을 어떤 경우에 어느만큼 설치할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에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단계와 같은 위기경보 수준에 따라 설치해야할 방재시설의 종류와 재난유형별 방재시설을 구분해 제시했다. 이를 통해 실제로 현장에서 재난관리 활동을 할 때 필요한 필수 설비 부족에 따른 고충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두 번째로는 방재시설의 합리적 설치를 위해 교량의 재난위험등급 평가 방법을 제시했다. 재난발생 위험성, 피해산정을 위한 사회경제적 중요도와 재난대응의 용이성으로 구분하도록 했다. 등급은 1등급에서 4등급으로 구분했으며 총연장이 4km 이상에 교각 간 거리가 200m 이상인 교량은 1등급에서 출발해 교통량, 교량면적, 주행가능 도로폭 등의 항목으로 등급을 상향 또는 하향토록 해 합리적 결과가 도출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관련 기준을 단순하고 단일한 기준으로 통합했다. 전술한 바와 같이 관련 기준 40여개 이상을 방재시설별로 분석, 정리, 요약해 1권의 책자로 만듦으로써 그간 발생된 많은 오적용과 과소과대 설치사례를 개선하도록 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케이블교량에 재난 대비용 방재시설을 합리적으로 설치하도록 해 재난의 규모 확산과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난관리 역량을 고도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에 주도적 역할을 한 ㈜스펙엔지니어링은 그간 케이블교량의 설계와 시공 컨설팅을 위주로 하는 회사로 풍력타워 파운데이션 설계, 대심도 가시설 등 특수구조물의 설계엔지니어링에 탁월한 실적과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스펙엔지니어링은 방재시설 설치 가이드라인 마련을 기점으로 특수구조물 재난관리 전략 수립, 화재위험도 분석, IoT계측 기반 기술 연구, 유지관리 고도화 기술 개발 등 건설 분야의 첨단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스펙엔지니어링 윤정현 대표이사(사진)은 “본 가이드라인은 케이블교량의 방재 관련 연구가 미흡한 현시점에서 대규모 재난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필요에 맞춰 우선 가능한 부분부터 방재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성됐다”며 “따라서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재난위험등급의 판단 요소와 관련된 연구들이 더욱 발전될 수 있도록 케이블교량 관리기관에서는 방재시설과 등급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가 축적되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렇게 활용, 개선되는 가이드라인이 최종적으로는 국가기준으로 제정돼 필요한 정도의 규제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국민의 안전보호와 시설물의 기능유지 증진에 이바지되도록 해야 하며 관련 부처 간 예산 확보와 집행이 가능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윤대표의 의견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올 상반기 중 국토교통부의 정책정보로 확정, 게시되도록 관련 부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관련 종사자들도 가이드라인을 쉽게 구하고 편하게 실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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