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정보 수집·분석해 3차원 디지털맵 구축
건설현장 정보 수집·분석해 3차원 디지털맵 구축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1.05.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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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도로의 토공구간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건설현장 정보는 깎기와 쌓기가 거듭되면서 계속 변화하는 지형정보와 토사, 리핑암, 발파암 등 깎기와 쌓기의 대상이 되는 토질정보다.

지형·토질 정보는 기성고 산출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보통 기성금을 지급하는 주기는 월간이라 발주자 입장에서는 월 단위로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공사 입장에서는 실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단위·일단위 공정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현장정보다.

현재 토공사 관련 지형·토질 정보는 대부분 인력에 의한 시공측량을 기초로 수집되고 있으며, 일부 제한적으로 드론 활용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정사영상을 촬영한 후 점군(Point Cloud)으로 전환하고 깎기·쌓기 물량과 기성 등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기까지 단계별로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 또한 드론은 태생적으로 지형의 측면 정보 수집에 취약점이 있어, 측면 정보 수집에 유리한 UGV(Unmanned Ground Vehicle)와 협업해 보다 정밀하게 지형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가장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스마트건설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건설현장 정보수집과 분석기술 개발에 나섰다. 2세부과제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기술 개발의 연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UAV(Unmanned Aerial Vehicle)의 경우 차세대 기술인 양자 기반 라이다와 추락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에어백과 낙하산 등을 장착할 수 있도록 개조하고, 충전이 가능한 도킹스테이션을 왕래하며 자동으로 지형정보를 수집하는 형태로 진화할 전망이다. 기존의 라이다가 사람의 시력을 위협하는 단점이 있는 반면, 양자 라이다는 인체에 미치는 위협이 줄어들고 더 먼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또한 드론 추락 문제는 재산상 손실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현장 작업자의 안전 측면에서도 위협이 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한 요소이다. 현장 여건에 따라 신속성·정확성 측면에서 필요시 군집 드론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군집 드론 운용 기술도 연구개발 대상에 포함된다.

두 번째로 UGV의 경우 토공사 현장에 최적화된 기체와 도킹스테이션 등 하드웨어 개발부터 자율주행과 지형 정보 수집 자동화를 통한 업무혁신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이르는 전 과정이 연구개발 대상이다.

UGV는 토공사 운반경로를 주행하며 지형정보를 수집해야 하므로 평탄하지 않은 지형과 먼지 등 가혹한 환경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운반경로 상의 위협을 회피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UAV와 UGV의 협업은 단순히 각자가 수집한 지형정보를 정합·통합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질정보까지 추가하게 된다. 현재 드론에 의한 토공사 물량 분석은 깎기와 쌓기 총량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지만, 원가 측면에서 토공사 물량은 토사, 리핑암, 발파암 등 지질별 구분이 필수적이다.

시추주상도 정보를 기초로 하는 지질정보가 지형정보와 통합되고 토공사 과정에서 지질정보를 수집해 갱신하게 된다. 한편 지형 정보와 지형 위에 존재하는 객체 정보도 분리해 관리되며, 이 과정의 상당부분도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3D Map에는 그 외에도 별도의 센서 네트워크가 수집한 건설현장의 소음, 진동, 기상·기후 등 환경정보가 추가된다. 아주 낮은 레벨이기는 하지만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또는 CPS(Cyber Phycal System)와 유사한 가상 토공사 현장의 원형이 될 수 있고, 환경정보가 더해진 3D Map을 기초로 하는 공사계획과 관리 최적화 모듈이 추가되는 것이다. 더불어 건설 현장 정보를 시각화해 VR(Virtual Reality)과 AR(Augmented Reality) 컨텐츠를 구축하고 공사 관계자들 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2세부과제의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강태경 소장(사진)은 “건설현장 정보 수집·분석·공유 체계를 디지털화·자동화 하는 것은 하나의 수단이고 목적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며 “스마트건설이 수단이라면 목적은 건설프로젝트의 생산성 향상과 건설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같은 좀 더 큰 가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설프로젝트와 건설산업에서 스마트건설기술이라는 좋은 수단이 갖춰지지 않은 것보다는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를 추구할 수 있는 토양 자체의 미비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 성장의 초석을 놓은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성과 이면에는 투명성이 낮은 암묵지 중심의 경험 집약적 관리체계에 대한 문제가 현재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강 소장은 “건설산업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관련 제도는 완고하다. 토공사 지형정보를 아무리 스마트하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해도, 새로운 방식으로 분석된 기성물량이 계약상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기술 뿐 아니라 프로세스와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이다. 모쪼록 스마트건설기술 개발의 진전과 우리나라 건설 프로세스와 건설 시스템 자체의 선진화가 조화롭게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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