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교량의 핵심기술 개발, ‘해외시장 진출’ 확대에 앞장
케이블교량의 핵심기술 개발, ‘해외시장 진출’ 확대에 앞장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1.05.12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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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최근 SOC 건설 산업에서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 초장대교량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 기술 강국들은 동남아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케이블교량의 해외 경쟁력을 강화를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해 기술적 우위에 나섰다.

초장대교량은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연결하기 위해 건설되는 주탑과 케이블로 구성되는 주탑 사이의 거리(주경간장)가 긴 교량으로 현수교 2km, 사장교 1km 이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최초 현수교와 사장교는 남해대교(404m, 1973년), 돌산대교(280m, 1984년)이며, 이후 영종대교(현수교, 300m, 2000년)와 인천대교(사장교, 800m, 2009년)가 건설됐다.

하지만 2000년도 중반 우리나라는 케이블교량의 한계상태 설계법에 근거한 설계, 선박충돌 방지공 설계, 케이블 가설장비, 변단면 슬립폼 장비 등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해외에 의존하는 실정이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설계, 재료, 시공·유지관리 분야 핵심기술을 자립화하고자 지난 2008년부터 ‘초장대교량 연구개발 사업’에 한국도로공사를 총괄기관으로 선정하고, 케이블교량 전용 신뢰도 기반 설계법, 고강도 강연선, 현수교 케이블 가설공법 등 핵심기술을 2015년까지 자립화했다.

케이블교량의 개별 핵심 개발기술들에 대한 현장 시범적용 후, 모든 개발 기술이 융합된 통합시범적용교량(세종~포천고속도로 고덕대교, 540m)을 구현해 상용화하는 전략으로 추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설계, 재료, 시공, 유지관리 4개의 핵심주제에 대해 주요 선진국 수준의 23개 기술을 개발했으며, 모든 개발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실용화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3년에 건설된 이순신대교(1545m)는 당시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현수교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여섯 번째의 현수교 기술 자립국이 되는 계기가 됐다.

한편,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시설인 장대교량의 건설과 개량 해외시장 규모는 향후 2025년에 약 37조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들은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케이블교량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 자국 내 사회기반시설의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시공실적이 많은 중국의 해외 케이블교량 시장 공략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초장대교량 연구개발 사업’의 후속과제로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국내 건설 산업의 케이블교량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가 추진됐다.

케이블교량 글로벌 연구단은 초장대교량 연구개발 사업의 실용화를 바탕으로 재난 대응 기술, 미래형 초장대 케이블교량 콘셉트 발굴, 해외 케이블교량 전주기 BIM 기술, 하부구조 신뢰도기반 설계와 대형 원형강관 가설공법 등 고부가가치 핵심 엔지니어링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생산성과 공사비 측면에서 케이블교량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국가 R&D 사업을 통한 케이블 교량 관련 핵심기술의 자립화로 터키 제3보스포러스교(2013년), 칠레 차카오교(2014년), 차나칼레교(2017년) 등 우리나라 건설기업들이 해외 대형케이블교량 수주에 기여하기도 했다.

또한 재난대응, 전주기 BIM 적용 등 선도기술을 확보하고 신규사업발굴을 위해 우리나라 개발기술을 적용한 해외 케이블교량 사전 타당성조사(Pre-FS) 등을 시행함으로써 대상국 정부관계자들이 우리나라 케이블교량 선진 기술력을 인정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특히 지난해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발주한 해상 대형 케이블교량인 바탄-카비테 사업의 실시설계를 우리나라 설계사(평화엔지니어링 T.Y. Lin 컨소시엄)가 수주하는 등 엔지니어링의 고부가가치 사업인 해외 장대 케이블교량 설계시장에 진입하는 성과를 이뤘다.

케이블교량 글로벌 연구단 노한성 단장(사진, 한국도로공사)은 “이번 연구는 국가의 주도 아래 관련 기업, 연구소와 학계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해 개발한 고부가가치의 케이블교량 관련기술에 의해 경쟁국 대비 기술적 비교우위를 확보했다”며 “이는 기존 선진국이 독점하던 해상 대형케이블교량 건설사업 시장에서 국내 기업은 저부가가치 고위험인 단순 시공과 설계 하도급에 한정돼 참여하는 실정이었지만 이번 국가 R&D 성과로 기술력 위주의 고부가가치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교량 분야는 토목 기술의 국가 경쟁력과 기술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주요 척도로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기술로 아름다운 다리를 건설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가치를 넘어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 해외 교량기술 선진국들은 자국의 기술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래 교량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초장대교량 국가 R&D로 지금까지 이룩한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길고 안전하며 성능이 우수한 교량건설·운영기술을 위한 도전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 노 단장의 의견이다.

노 단장은 “이를 위해 우리 연구단은 해외 시장에서 토목 선진기술의 집약체인 초장대 케이블교량 분야의 대한민국 건설기술의 브랜드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DMZ(남북측 각 2km)으로 분단된 국토를 이어가야할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국가 R&D로 개발한 기술들을 활용해 환경을 보전하고 랜드마크로 남을 수 있는 케이블교량으로 연결하는 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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