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도 칼럼] 비리가 만연한 나라
[정이도 칼럼] 비리가 만연한 나라
  • 공학저널
  • 승인 2021.04.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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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의 핵심 단어는 단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비리라고 할 수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정보를 이용한 비리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10년 전에도 그러했고 20년 전, 50년 전에도 있었다.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존재할 것이다.

내부자료를 이용한 땅 투기 외에도 주식거래, 입찰 업체의 페이퍼컴퍼니 등록, 심지어는 건설 현장식당(함바집)을 선정하는 부분에서조차 비리가 존재한다. 입찰 방식이 그나마 투명하게 정착되기 전까지는 말 그대로 비리 천국이었다.

강남개발이 그러하였고 1, 2기 신도시 개발에도 비리가 존재했다. 대전 도안의 인허가 비리, 수원시의 토지거래 비리 등 광역시뿐만 아니라 오산시, 평택시, 천안시와 같은 지방 중소도시. 아니, 특정 지역을 언급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국이 비리 천국이다.

오산시에서는 토목업체의 부실 공사를 덮기 위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례는 공무원의 업무가 많아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귀찮아서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약 업체와의 유착관계 때문이거나 진급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시도였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비리다.

비리는 정비사업 같은 건설 부동산 분야에서 흔히 발생하리라 생각하지만, 비리의 형태는 예측조차 할 수 없다. 납품 비리, 방산 비리, 입시 비리. 심지어는 유치원과 학교 같은 교육기관에서도 빈번히 발생해 왔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공천권을 얻기 위해서도 돈이 들어야 하기 때문에 당선 이후에는 들어간 비용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리를 저지른다. 인맥이 없고 돈이 없다면 정치는 더더욱 하기 힘든 실정이기에 능력 있는 인재라 할지라도 돈이나 인맥이 없으면 정치에 진출하기 너무나 어려운 실정이다.

단순히 말해 지금의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국민에 대한 헌신과 업무수행 능력, 변수에 대한 대응, 비전 전략 등이 아니라, 인맥과 돈이다. 이후에는 권력을 탐하게 되는 순서다. 돈이 많은 종교단체에서조차도 장악력을 넓히고 권력을 잡기 위해 정당을 이용하기도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누구나가 한 번은 들어봤을 종교단체는 과거에 한 군소정당을 그대로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적도 있었다. 물론 비리도 같이. 비리에 대해 더 나열하려면 정말 셀 수도 없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특정 정보와 인맥을 이용한 비리는 너무 많다. 그런데 왜 지금 LH나 관공서의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고 다른 많은 비리가 축소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첫 번째로는 전문성의 부재다. 일반적으로 비리가 발생하는 곳은 LH처럼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곳이 많다. 어떤 공정에 대해서 그 금액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원자재 가격부터 경쟁업체별 단가, 전문인력의 인건비, 공정의 수, 같은 공사라 하더라도 필요한 공사 기간과 작업자들의 숙련도가 다르고 마음만 먹으면 공정의 개수를 늘리기도 줄이기도 할 수 있다.

정형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성이 없으면 그 안을 살펴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비리를 감추기 위해 서류상으로 완벽하게 정리하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전문 감사 인력이 아닌 이상 서류만 봐서는 비리를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더불어 공기업 및 공무원의 업무를 감시하기 위한 감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전문성 역시 떨어진다. 업무가 많기에 문제가 발생한 현장을 직접 보는 감사 인력은 거의 없다. 문제가 발생한 공기업 및 관공서의 담당자가 제출한 서류로만 판단하여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그들은 비리와 죄를 덮기 위한 서류를 거의 완벽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것을 파악할 길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는 토목공사에서 하수관을 공공 관에 연결하지 않고 그대로 노출하는 어이없는 불량 시공으로 문제가 발생했는데 민원의 신고로 진행된 감사원의 담당자는 현장을 방문조차 하지 않고 그들이 보낸 서류만 보고 관공서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해 버린다. 참담하다.

두 번째는 그동안은 크게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LH의 땅 투기는 부동산 급등과 직결되어 너무나 가까이 국민이 체감하여 상대적 박탈감이 들게 한다. 급등해 버린 부동산 가격 때문에 주거 안정에 위협을 받았다.

직장인들이 업무적인 부분이나 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도 계속 근무를 지속하는 것은 안전성이다. 부당함이 발생하더라도 그 순간만 피하면 매달 월급을 받는 안전성을 침해받지 않는다. 그리고 이 안전성을 유지하여 얻는 것은 주택이다. 내 집이 있어야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10~20년만 열심히 일하면 주택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갑자기 2~3배 폭등해 버려 20~40년을 일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심리적인 안정감과 가능성이 무참히 짓밟혔다. 그리고 LH의 비리로 그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세 번째는 언론이다. 지금은 다행이도 언론에서 LH의 비리가 보도되고 있어 그렇지,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정보를 얻는 방법은 오직 방송, 신문뿐이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금도 정보를 주로 제공하는 곳은 언론이다. 그리고 언론의 주된 수입원은 광고이며 광고를 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다. 만약 대기업의 비리를 기자가 취재하더라도 그것은 편집국에서 걸러진다. 이 내용이 보도되면 자금줄이 곧바로 끊기게 된다. 당신의 기업에 안 좋은 보도가 나갔는데 광고비를 내는 수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수익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언론사는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이 먹고살게 해 주기 때문에 그들의 불리함을 지속해서 보도할 수 없는 것이다. 뉴스 몇십 줄 나가지 않은 조건으로 돈을 준다는데, 게다가 그 돈으로 기자들의 월급을 준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리고 이를 이용한 중소언론사 또한 존재한다. 기업의 비리나 부도덕함을 빌미로 광고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대형언론보다 운영이 열악하기에 광고밖에 수익구조가 없는 중소 언론사는 대놓고 광고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당연히 광고비를 받으면 그렇게 기업의 비리와 부도덕함은 감춰지게 된다.

돈 때문에, 언론사의 운영 때문에 많은 비리와 부도덕함이 감춰져 왔다. 그렇게 국민은 알 권리를 침해당해 왔다. 그래서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수익과 독립된 언론이 있다면 그 언론은 분명 믿을 수 있는 언론사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그러지 말아야 할 곳들조차도 비리와 연관이 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부정부패와 비리가 만연해 왔지만, 신기하게도 큰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많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는 것인데 지금의 경제 성장은 정부 때문에도 아닌 기업 때문에도 아닌 오로지 훌륭한 국민성과 그들의 성실함 때문이다. 국민성과 그들의 성실함은 부정부패와 비리조차도 넘어선 것이다.

정부, 국회의원, 공무원, 검찰과 경찰만큼은 부정부패와 비리를 철저히 차단하고 정말로 부족하다면 비리를 저지르지 않게 그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줄 건 주면서 그들에게 높은 직업의식을 가지게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직업은 모두 국민을 위한 것임을 알 필요가 있다.

예전에 폭행 사건 때문에 강남 길거리에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폭행 사건과 불과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경찰차가 보이기에 차 안에 있는 경찰에게 바로 앞에서 폭행 사건이 있으니 도와 달라 했다. 하지만 그 경찰에게서는 어이없는 답변만 들려왔다.

“경찰에 신고하셨나요? 신고했으면 기다리시죠.”

 

 

 

 

 

 

글_정이도
(주)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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