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병원 건축도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제 병원 건축도 디자인이 필요하다
  • 김하늬 기자
  • 승인 2020.05.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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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과거 병원이 병원 구성원들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최근 병원은 환자와 병원에서 일하는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일반 건물은 건축 이후 자율적으로 공간을 기획하고 인테리어를 수행하지만 병원은 생명을 다루는 곳으로 동선 등에 대한 고려가 없이 건축되면 환자와 의료진의 불편함은 물론 응급상황이 벌어질 경우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건축을 완료하고도 바로 증축을 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설계 시부터 병원 프로세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병원 브랜드와 의료 노하우 등 특색을 살린 병원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획일적이었던 병원도 다양성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환자의 프라이버시와 편의성, 디자인적인 요소까지 모두 고려한 병원 건축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현재 국내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내외에서 약 20여년 간 병원 설계와 건축을 전문적으로 수행해온 해안건축 정희정 메디컬 플래너는 “해외에서는 점차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있으며,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병원 설립 시부터 환자 중심의 설계를 고려하고 있다”며 “현재는 환자 중심을 넘어 보호자를 비롯한 가족 중심으로 확장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 플래너는 미국 UCSD Jacobs Medical Center, Kaiser Permanente Medical Center를 비롯해 국내 분당서울대병원 마스터플랜, 인하대병원 권역응급센터 신축, 국립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 신축 등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병원 건축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다.

그는 “병원 재건축과 최근 코로나19 등 발생하고 있는 감염병으로 인한 격리실과 관련한 법률도 제정됐다”며 “미국에서는 설계 시 도면이 완성되면 세면대 위치부터 선정하는데, 그 이유는 손 씻는 문제 때문”이라며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확산에 따라 병실 깊숙이 세면대를 넣지 않기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의료진과 설계자가 세면대 위치를 함께 고려한다”고 전했다.

특히 정 플래너는 병원 건축 설계 시 주요한 부분으로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꼽는다. 헬스케어 디자인은 병원 관계자, 의료진 또는 건축가가 각각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환자, 의료진, 방문객 등 별도로 구성하는데 이를 한 공간에서 엘리베이터만 구분할 것이 아니라 공간 분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사전에 디자인적으로 고려가 된다면 감염병 전파 확률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 플래너는 “병원 건축 기획단계에서부터 의사와 메디컬 플래너가 함께 논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프로세스 등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개축, 증축을 고려한 설계와 스마트 기술 도입 시에도 효율적인 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초기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오픈과 함께 리노베이션에 들어가야 하는 병원들도 많다”며 “초기부터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방향성을 잡아간다면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스마트 병동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ICT 기술을 적용해 환자의 편의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것으로, 설계 시 이러한 부분까지도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정 플래너는 “IoT, 카메라, AI, 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안전과 편의를 모두 고려하는 설계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향후에는 이러한 시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바 이를 위한 다양한 기술과 건축 디자인의 융합을 계속해서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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