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급전 기술로, 열차 무선충전시대를 열다
무선급전 기술로, 열차 무선충전시대를 열다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1.02.2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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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우리가 늘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충전하듯이 이제 전철도 무선 충전을 하며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철도는 전철화가 이루어지며 매연, 소음 공해를 줄이고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상부에 설치돼 있는 전기 가선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전기 안전사고의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가선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여러 기술 중의 하나로써 가장 최근에 개발된 신기술이 무선급전 기술이다.

무선급전 기술은 말 그대로 전선 없이 급전이 가능한 기술이다. 상부 가선이나 제 3궤조와 같은 가선을 사용하지 않고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최근에 보편화된 스마트폰 무선충전기와 유사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경전철용 무선급전 기술은 스마트폰보다 약 10만 배(1MW) 더 큰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에서는 정확한 위치에 수신기가 있어야 하지만 이 무선급전 기술은 열차가 이동 중에도 전력을 받을 수 있는 차이점이 있다.

특히 인버터에서 60kHz 고주파 전류를 만들어주면 궤도 바닥에 설치된 급전선로에서 전류에 따라 자기장을 만들어주게 된다. 이 자기장은 차량 하부에 설치되어 있는 집전장치에서 수집되고 최종적으로 차량에서 사용하는 전기로 변환된다.

무선급전 기술의 핵심은 대용량 전기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60kHz로 변환할 수 있는지, 효율과 전자파 안전을 담보하는 급전선로와 집전코일의 최적 형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길게 설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경전철용 무선급전 기술은 급전선로 길이를 200m이상까지 확장시킨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경전철 차량은 정지 상태에서 출발해 최대속도에 이르는 거리가 대략 200m 가량 되며, 이 구간에서 차량은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나머지 구간에서는 관성주행이나 감속을 주로 한다.

이에 따라 이번 기술에서는 차량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무선급전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무선급전이 없는 구간에서는 차량에 추가된 배터리를 사용해 운행하게 되는데 이때 기존에 배터리로만 운행되는 차량에 비해 배터리 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추진시스템연구팀 이건복 선임연구원(사진)은 “무선급전 기술은 최근에 국내에 활발히 도입이 추진되는 무가선 트램 기술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트램 노선이 도로와 공유되므로 안전 문제로 선로를 길게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며 “이 때에는 무선급전 선로를 역사에만 적용해 트램 정차 시에만 충전하는 무선급전 분산충전 기술이 활용된다”고 말했다.

기존의 무가선 배터리 트램은 차량 기지에서만 충전을 하고 있다. 트램에 장착된 배터리 용량의 한계로 인해 연속 운행 가능한 거리는 최대 30~40km로 제한된다. 또한, 겨울철에는 배터리 용량이 20~30% 감소하므로 노선 설계에 어려움도 발생한다.

이 연구원은 “반면 분산충전 기술은 노선을 분석해 전력 보충이 필요한 역사에 무선급전 시스템을 설치하고 배터리 충전량이 일정치 이하로 감소하는 것을 막아 거리 제한 없는 트램운행을 가능하게 만든다”며 “이 기술은 노선 맞춤으로 시스템이 구성되고 추후 지자체의 노선 연장 시 운행 거리에 제한이 없어 활용성이 높은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무선급전 기술을 철도에 적용하면 가선 없이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 경전철, 거리 제한 없는 무가선 트램 등 친환경적이고 도시 친화적인 철도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가선 설치에 소모되는 비용과 배터리 교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경제적이며, 최초로 1MW급 철도용 무선급전 시스템을 상용화하면 세계적으로 철도 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최근 연구정책의 기조를 패스트팔로워에서 퍼스트무버 쪽으로 전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자체와 철도 유관기관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진정한 퍼스트무버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최초로 시도되는 무선급전 기술에 지자체와 철도 유관기관뿐만 아니라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경전철용 무선급전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선 기술을 실제 노선에 투입해 개발을 마무리하는 실증 연구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 건설되는 노선에 무선급전 기술 적용을 위해선 관련 지자체의 협조와 정부의 연구비 투자가 필요해 철도기술연구원은 이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의 1MW 기술을 더 확장시켜 중전철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하고 항만분야와 같이 대용량 무선급전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도 기술을 전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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