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도 칼럼] 창의력은 '공학'으로 시작해서 '정치'로 끝나야 한다
[정이도 칼럼] 창의력은 '공학'으로 시작해서 '정치'로 끝나야 한다
  • 공학저널
  • 승인 2020.12.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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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 중에 하나다. 그리고 창의력은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공학에 창의력은 꼭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공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느낌이 있기에, 일반인이 보더라도 당연히 창의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의 창의력이 필요하다.

업무 특성상 현업에서는 꼼꼼함을 우선적으로 필요로 한다. 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것은 창의력이다. 이유는 '촉박한 업무시간'이다. 흔히 말해 시간을 갈아 넣어도 안 되는 일을 맡게 되는데 중요한 프로젝트일 경우에는 그런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고정관념일 수 있겠지만, 엔지니어는 검토 해보고 기술적으로 시간상으로 안 된다면,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엔지니어와 업무협업을 할 때는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한번 해 보겠다', '안될 것 같지만 맞춰 보겠다' 정도로 타협점을 찾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을 용납 못 하는 느낌이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시간은 맞췄지만, 내용의 질이 떨어지거나 혹은 시간을 추가로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알기에, 불가능하면 그저 불가능 한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다른 대안을 찾거나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임원급 이상의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관여되어 있다면 무조건 그들에게 맞춰야 한다. 타협은 없다.

요즘에는 그런 일이 적어졌을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만 결정권자의 입장에서 엔지니어의 의견이 어느 정도 묵살되는 경우도 생긴다. 경제성을 포함해 많은 부분에서 결정권자 나름의 이유가 있기에 촉박한 일정으로 업무지시를 내릴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엔지니어는 촉박한 시간의 업무가 생겨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된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촉박한 일정에 맞춰, 결론적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모든 엔지니어에게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러한 능력이 있다. 하나같이 충분하지 않은 시간에도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맞다. 이때 비로소 창의력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 좋은 머리들로 고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문제는 해결되어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개념에서 창의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창의력이 필요하며 이런 상황에서 더 효율적으로 쓰이게 되는 것이다.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창의력이 필요한 이유는 문제 해결 능력 때문이고, 그 능력이 높았기에 공학이 발전할 수 있었다. 많은 다른 분야에서도 창의력이 필요한데 그 이유는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문제 해결 능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업무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조차도 창의력의 필요성이 크게 나타날 것이다.

창의력은 시간이 갈수록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조차도 필요한 능력이 되어가고 있는데, 정작 절실하게 필요하면서도 발휘되지 못하는 분야가 아직 있다. 바로 '정치'라는 분야다.

정치는 모든 업무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업무고, 문제가 없으면 문제를 만들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투성이인 정치이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창의력이 높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정치에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말은 그만큼 창의력이 높지 않다는 말이다. 정치에 높은 창의력이 쓰이면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이 될 수 있는데, 그간 본인은 창의력이 활용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정치는 너무나도 일차원적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폭파했던 사건이 있다. 당시에는 일본이 건물을 통째로 옮겨가겠다고 해서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이유로 폭파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통쾌한 일이었지만 여기에 창의력을 넣어보면 다른 방법으로도 처리가 가능하다. 조선총독부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서 동해 앞바다나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의 한강 물에 수장시키는 방법은 어땠겠느냔 생각도 한다. 치욕스러운 역사지만 역사는 사실 그대로 보전할 가치가 있다.

당시에도 이 문제를 가지고 많은 다툼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환경적인 문제는 엔지니어에게 해결하라 맡기고, 그대로 수장시켰다면 어땠겠느냐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본다. 보존과 철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며 일본의 침몰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 싸우는 양쪽의 의견을 모두 수용해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창의다.

최근의 주거 정책도 창의력이 상당히 필요한 부분이다. 부동산은 정말 다양한 분야와 얽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높은 창의력을 동원해서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 하는 분야다. 특히 변수에 대해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다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얽혀 있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도 있기에 창의력이 꼭 필요하다.

주거 가격이 안정만 된다면 정말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집과 차만 있다면 더 필요한 것이 많지 않다. 소비를 통해 내수가 살아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으로 집 사는 것이 수월해지면 혼인율도 올라가고, 방법에 따라서 출산율도 올라간다.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해 있는 여러 문제가 해결된다.

주거 가격이 안정되었다는 것은 동시에 수도권 집중화 현상도 해결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GTX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물론 좋은 방법이지만 좀 더 창의력을 높였으면 어떨까 한다. GTX 프로젝트 역시 너무 일차원적인 발상이다. 엔지니어가 높은 창의력을 발휘해 기술력을 만들었는데 창의력 풍부한 프로젝트가 일차원적으로만 쓰인다면 기술력 낭비가 아닐까.

주거 안정화 효과는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본다. 주거가 안정되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기 때문에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 남녀불화, 지역대립, 심지어는 노사 대립부터 세대 간 불화까지도 방법에 따라 점차 줄어들 것이다.

많은 부분과 얽혀 있어서 주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높은 창의력이 필요로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문제의 본질도 꿰뚫어 볼 수 있다. 부동산 문제가 발생한 것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것도 큰 이유다. 주거의 성격이 너무나 강한 아파트 집중 현상 대신에 차라리 상가나 토지 등에 이런 현상이 발생해야 했다. 의식주는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불가침 영역이다. 이것이 불안정하면 간단하게 말해 나라가 망한다.

차라리 과거의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처럼 부동산 대신에 어떤 물건에 대한 투자가 심했다면 지금과 같은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투자처로 주식시장이 있지만 예부터 주식을 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것은 투자처로는 맞지 않는다.

더 나아가 왜 이렇게 부동산 투기 열풍이 있겠냔 고민을 해 본다면, 그 뒤에 친일자금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방 이후에도 처리되지 못한 친일파는 침략과 수탈로 만들어 놓은 그들의 자본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우리나라 시장을 잠식해 왔다.

그렇게 그들은 직·간접적으로 투기 세력이 되어 우리나라 자본을 야금야금 가져가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또 일본으로 흘러 들어갔다. 단언컨대 당장이라도 친일자금의 반환을 진행한다면 부동산 버블의 50%는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들어온 중국 자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창의력을 발휘하면 그 이면에 있는 사건과 연결성 등을 알게 되고 문제를 하나씩 뒤집어 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해 있는 부동산 버블도 마찬가지다. 정치에 창의력이 너무 부족하다. 아니 없다고 하는 것이 맞다. 모든 문제를 일차원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좀 더 창의적인 생각을 통한 전략적 접근으로 정치를 하면 방위비 협상 등과 같은 외교 문제도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문제를 일차원적으로 해결하는 분야는 정치밖에는 남지 않았다. 공학이 창의의 선두였다면 정치는 후발주자가 되어 창의 정치로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하게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_정이도
(주)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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