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이스 위치, 내비게이션처럼 확인한다
블랙아이스 위치, 내비게이션처럼 확인한다
  • 전찬민 기자
  • 승인 2020.11.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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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겨울철 도로살얼음(블랙아이스)으로 인해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결빙 구간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술이 개발돼 사고 예방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도로살얼음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총 114건 가량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상주-영천고속도로 도로살얼음 교통사고 이후 이에 대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도로살얼음은 도로표면에 얇게 형성된 얼음층으로 육안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교통사고 위험성이 크다. 이에 따라 도로살얼음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포장체 내부에 열선을 매설하거나 자동염수분사장치 설치 등의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도로구간에 적용하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도로살얼음은 기상상황, 지형, 교통량, 시설물 형태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발생구간을 사전에 파악해 조치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최근 도로살얼음 발생 시 이를 즉시 파악해 뒤따르는 차량과 제설차량에 발생지점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술이 개발돼 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비게이션에서 전방 과속위험지점 정보를 사전에 알려줄 경우 속도를 낮추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일반적으로 도로살얼음은 서서히 생성되기 때문에 살얼음에 의한 교통사고가 발생되기 이전에 살얼음 발생지점을 통과하는 다수의 차량이 경미한 미끄럼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기술은 사업용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돼 있는 운행기록계(DTG)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러한 경미한 미끄럼을 감지하고, 정보를 뒤따르는 차량에게 제공해주는 시스템이다.

특히 앞서 가는 차량에서 미끄러운 노면 주행 시 발생하는 슬립(slip)의 위치정보가 제공되면 해당지점 접근 시 서행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제설차량은 즉시 이동해 제설제 살포 등을 통해 도로살얼음을 제거하게 된다.

또한 이 기술은 차량의 바퀴가 회전하는 속도와 차량이 이동하는 속도 차이의 임계값을 수집하는 것이 핵심이다.

차량 타이어가 고무로 돼 있어 차량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 두 속도 차이가 마른 노면이라 할지라도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미끄러운 노면 위를 주행할 경우, 헛바퀴나 스키드 현상으로 인해 이 두 속도 차이가 마른 노면에 비해 크게 발생한다.

이러한 속도 차이의 임계값은 운행기록계가 수집하는 휠 속도, GPS, G 센서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장진환 수석연구원(사진)은 “현재 DTG는 전국 사업용 차량 약 52만 대에 설치됐고, 이 중 4∼5만대의 DTG는 실시간 통신을 통해 운행기록 데이터를 센터로 전송하고 있다”며 “도로살얼음 정보제공 주기를 15분으로 설정하고, 사업용 차량(일평균 주행거리 120km)이 고속도로와 국도로만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전국적으로 약 14000대의 정보수집 차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기술을 활용해 관제센터와 실시간 통신을 하는 사업용 차량 DTG만을 활용해도 충분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올해에는 사업용 차량 약 140대에 개발기술을 적용해 개발기술의 현장 실증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상주-영천고속도로의 경우에도 새벽에 운행하는 차들이 전방의 도로살얼음 발생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미국 교통부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가 전방 위험상황을 사전에 인지하게 되면 교통사고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전방 과속위험지점의 정보를 사전에 알려줄 경우 속도를 낮추는 것처럼 결빙 정보를 파악하게 된다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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