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테크핀에 주목하는데… 한국은 언제쯤?
세계는 테크핀에 주목하는데… 한국은 언제쯤?
  • 김하늬 기자
  • 승인 2020.11.24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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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이제는 핀테크 대신 테크핀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핀테크는 금융 회사가 주도해 금융에 다양한 IT기술을 접목하는 금융서비스다. 은행들이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은 것을 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혁신의 주체가 ICT기업인 ‘테크핀’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테크핀은 ICT 기업을 중심으로 모바일 사용자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많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테크핀 방식으로 금융 산업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알리페이(Alipay)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빅테크 그룹 알리바바가 내놓은 전자상거래 결제 서비스다.

그리고 이러한 테크핀은 국내에서도 시도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보안 문제를 해결한 암호화폐, 가상자산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 오정근 회장(사진)은 “테크핀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기술력을 무기로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핀테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통해 전통 금융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이 분야 기술력의 선점이 주요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 회장은 한국이 규제와 탈규제의 이분법적 논의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테크핀의 흐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ICO(가상자산공개) 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대기업은 해외에서 우선적으로 테크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그조차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오 회장은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건수만도 소유지배구조개입, 인사개입, 진입규제 영업규제 시장규제 등 1000여건에 이르며, 각종 규제가 금융 산업을 질식시키고 있다”며 “사전허가와 사후규제를 하는 블록체인 규제프리 특구를 우선적으로 조성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금융과 산업의 융합에 아무런 제약이나 규제가 없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가상자산 등 신금융 산업에 겹겹이 쌓인 규제가 신금융의 발전을 가로막아 동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발전이 크게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 회장은 국제금융특구 지정을 통해 점진적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사태를 계기로 홍콩 금융회사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국제디지털금융특구’를 지정해 외국회사들이 한국에 상장하고, 국내 기업들은 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오 회장의 의견이다.

그는 “중국 상하이 국제금융센터는 한국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국제금융센터 경쟁력이 훨씬 앞서가고 있는 것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와 함께 포지티브규제를 네거티브규제로 전환하고, 사전허가는 사후규제 방식으로 바꾸는 등 국내 신금융 분야에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많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관련, 아직까지 금융 산업보다는 기술을 중심으로 한 법령 기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가운데,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가상자산은 합법화하지 않고,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만 독려하는 기존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 또한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중심으로 하고, 가상자산과 관련된 사업은 해외법인을 통하는 방식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오 회장은 “암호화폐를 인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산업을 촉진시킬 수 있는 산업진흥법을 만들어 산업과 규제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계속해서 규제만을 이어나간다면, 한국이 테크핀 분야에서 선두에 서기는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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