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 산업 위기 기술 개발로 극복해야…
공작기계 산업 위기 기술 개발로 극복해야…
  • 김하늬 기자
  • 승인 2020.10.28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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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고 불리는 공작기계는 기계공업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기술이다. 넓은 뜻으로 단조·압연·프레스·전단 등의 가공기계까지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기계공작의 기초가 되는 절삭·연삭 등과 같이 절삭 칩(chip)을 내면서 금속 등의 재료를 가공해 필요한 모양을 만들어 내는 기계를 말한다. 이러한 공작기계 산업은 자본재산업의 핵심 산업으로 손꼽힌다. 국내 제조 산업의 역사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제조업 경쟁력강화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산업인 공작기계 산업은 다양한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다. 기술축적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모방 기술의 한계로 인해 단기간에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기술 집약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공작기계 산업의 국내 상황은 ‘침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약화와 함께 코로나, 무역 분쟁 등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은 최근 들어 베어링, 주축 등 기계부품 기술과 서보모터, 제어기 등 전자기술의 복합된 메카트로닉스 기술과 IT기술의 융합을 통해 다양한 시스템 기술을 활용한 IT융합가공장비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공학저널>에서는 공작기계 분야 40년 이상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 최고 정밀도의 머시닝센터인 지그센터의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한국기계연구원 초정밀장비연구실 오정석 연구실장(사진)을 만나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현황과 더불어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보고, 현 시대를 이끄는 공작기계의 주요 기술에 대해 알아봤다.

공작기계 산업이 침체에 빠져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현황이 궁금하다

공작기계산업이 최근 침체에 빠져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에 의하면 2017, 2018년 5.7조원 정도로 유지되던 국내 생산 규모가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2019년에는 5.2조원 정도로 줄어들었고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올해 8월까지의 공작기계 누적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25.6% 감소, 생산은 26.4% 감소, 수출은 25.9% 감소 등 코로나19의 여파를 여실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작기계 완성품 제조사뿐만 아니라 부품 제조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걱정이 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공작기계산업의 침체는 한국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2019년 세계 공작기계 시장도 생산 기준으로 2018년 대비 약 13.3% 감소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7월까지의 수주가 전년 대비 38.7% 감소했으며 미국은 24.7% 감소, 대만의 경우 8월까지 수출이 전년 대비 31.9% 감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침체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공작기계 산업의 활성화에 있어 우선적으로 넘어야할 장애물이 있다면

공작기계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산 공작기계의 기술·원가경쟁력 확보뿐만 아니라 공작기계를 소비하는 국내 제조업의 성장 동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제조업 전반의 거시적인 성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작기계 산업으로만 한정하면 우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범용 공작기계의 경우 원가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 부품들의 일부 국산화 개발과 함께 도입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업계 공동구매 활성화 등의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독일, 일본 등이 확고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고부가가치 공작기계 분야로의 진입이 필요하고 공작기계 지능화·무인자동화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특히 중소 공작기계 기업의 경우 기술개발 역량이 낮기 때문에 지능화 기술의 공동 사용이 가능한 표준형 플랫폼들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부장 산업과 동일하게 공작기계 산업의 활성화도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제입니다. 단일 기업의 단위 공작기계 개발 지원도 중요하지만 방향성을 가진 공통 핵심기술 개발, 정부의 장기적 육성정책, 산학연의 긴밀한 협력, 기술 공유·축적 등 다양한 노력이 어우러져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연구실에서 지그센터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다고. 현재 진행 중인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설명 바란다

공작기계 분야 가장 최근의 성과는 최고 정밀도의 머시닝센터인 지그센터의 국산화 개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두산공작기계와 공동으로 지난 2015년부터 산업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을 시작해 작년 실증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품목 중 하나로, 실증 결과 일본 장비에 비해 최소 동등 수준의 가공정밀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계약 성과도 거뒀습니다.

또한 LCD Display용 대면적 미세패턴 광학필름 생산을 위한 초정밀 롤 금형 가공기는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본격적인 초정밀 가공기로 기술이전 후 약 350억원의 누적매출이 발생했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2014년 이후 국내 수요를 100% 수입 대체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중국에도 지난 2016년부터 수출을 시작해 약 9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으며, 이 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에 ‘10대 기계기술(한국기계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민국을 빛낸 산업기술성과(한국공학한림원)’에 선정됐습니다.

이외에도 나노 기반 초정밀/초미세 하이브리드 가공시스템(10대 기계기술, 2015년), 스마트 사출성형시스템(국가연구개발사업 우수성과 100선, 2015년), Eco/Bio 산업 기능성 부품 생산용 융복합 가공시스템(국가연구개발사업 우수성과 100선, 2017년) 등 많은 개발 기술들이 우수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초정밀장비연구실의 역할과 비전은 ‘공작기계 분야 차세대 핵심기술 개발,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공작기계산업의 기술 고도화·자립화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공공 연구기관으로서 해당 산업 분야의 차세대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임무입니다.

하지만 기술은 넓고 방대해서 저희만으로 공작기계산업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공작기계 분야 국가연구실로서 산학연이 긴밀히 협력하는 기술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저희 연구실이 이를 주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들 간의 경쟁관계 등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산학연이 함께 하는 공작기계 기술교류회 정기화, 산업계와 정부의 소통창구 역할 등 산업의 발전을 위해 소통하고 개방된 연구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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