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을 아시나요?”
“특금법을 아시나요?”
  • 김하늬 기자
  • 승인 2020.10.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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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사업자 예정 A씨. A씨는 올해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적용되는 법과 블록체인 방식의 토큰 또는 가상자산 사업 범위에 포함되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신고 대상 여부를 확인하려던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년 3월 특금법 개정법률 시행으로 인해 자신이 신고대상인지 조차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가상자산 사업자 B씨. 부푼 마음을 안고 스타트업 기업을 차렸지만, 특금법 개정법률으로 ISMS 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막막하기만 하다. 스타트업 기업인만큼 인증비용이 없을뿐더러 사업 수행을 위해 가상 계좌를 발급하러 은행에 갔지만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직 구체적 시행령이 공개되지 않아 사업자등록증 정관은 물론 계좌도 만들 수 없었다.

가상자산 사업자 A, B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학저널 김하늬 기자]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법률 시행령 작업이 예정보다 늦춰지면서 업계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내년 3월에 시행될 예정인 특금법 개정안은 가상자산 관련 국내 최초 제도화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큰 내용으로는 법안 시행 전부터 사업을 수행한 가상자산 사업자는 개정안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인 9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영업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 내년 3월 특금법 개정안 시행을 위해서는 9월 내로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준비 과정이 주어질지 조차 의문이다.

개정안의 주요 쟁점이 될 내용들이 시행령으로 위임됐지만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는 지금 이 시기, 업계의 목소리를 담을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특금법 개정안은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대상인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와 금융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개시하는 기준이나 조건, 절차 등 중요한 내용들이 시행령을 통해 결정된다.

또한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는 등 가상자산 사업자로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여러 조건이 의무화된 상황이다.

ISMS 인증을 위해서는 비용적인 부분도 발생한다.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블록체인 업계에 이와 같은 조건이 적용되면 자칫 블록체인 산업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행령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들은 스스로 가상자산 사업자에 포함되는지, FIU 신고 의무를 지게 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없어 사업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법무법인 린 구태언 변호사(사진)는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는 이유는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 관련 특금법이 금융거래에 준해 규제를 높인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현재 통과된 특금법 개정법률은 실명계좌가 필요한 대상을 법으로 정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모두 실명계좌가 필요하고 FIU가 면제대상을 정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규정됐다”며 “네거티브 방식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와 일부 사업들의 비공개 논의보다는 이 시행령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공개논의로 전환해 국민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특금법 개정안 시행령에 가상자산 산업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규모와 업종 등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몇 년 전 일었던 코인버블과 일부 거래소에서 일어나는 도박 등의 행위로 아직까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거래소를 규제하기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를 진입부터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

구 변호사는 “일어나지 않은 일로 인해 섣부른 규제를 하게 된다면 블록체인 산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며 “일부 펌핑 전문 거래소는 도박장 개설죄로 처벌하고, 상습 참여자는 상습 도박죄로 처벌하면 된다. 거래소에 잘못이 있다면 사기죄로 처벌하면 되는데, 철옹성같은 진입규제를 만든다면 이 시장에서 유니콘 기업은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닷컴 버블(dot-com bubble)은 인터넷 관련 분야가 성장하면서 산업 국가의 주식 시장이 지분 가격의 급속한 상승효과를 본 거품 경제 현상이다. 그리고 이 시기는 흔히 닷컴 기업이라 불리는 인터넷 기반 기업이 설립되던 시기였지만 많은 경우 실패로 끝났다.

구 변호사는 “닷컴버블은 수많은 실패자를 양산했지만 수많은 개발자도 양산했다. 블록체인도 코인버블이 있었고, 현재 블록체인 개발자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산업여건을 형성하는 데는 국민들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가 가상자산 사업자 면허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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