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로봇 산업, 협업 생태계 구축이 ‘우선’
협동로봇 산업, 협업 생태계 구축이 ‘우선’
  • 강영호 기자
  • 승인 2020.08.3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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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저널 강영호 기자]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뉴노멀(New Normal)시대 핵심 산업으로 로봇이 손꼽히고 있다.

향후 비대면이 요구되는 제조·생산 시스템의 변화는 사람과 사람에서 사람과 로봇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협동로봇의 제조 현장 도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원격작업을 위한 가상화와 자동화의 요구가 높아질 것이며 이에 따른 제조업의 국내귀환(reshoring) 추세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협동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이 진화한 형태로 작업자와 작업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충돌에 대한 안전성능이 대폭 강화되고, 로봇의 비전문가도 활용할 수 있도록 쉬운 작업 교시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유럽에서 처음 그 개념이 정립된 협동로봇은 지난 2009년 덴마크 기업인 Universal Robots사가 첫 협동로봇인 UR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60년 역사를 갖는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에 비하면 역사가 짧은 편에 속하지만 최근 협동로봇의 주목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국내에서는 2007년 고려대학교 송재복 교수(사진) 연구팀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됐으며 최근 기업들도 속속 등장해 자체 개발한 협동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협동로봇의 기술 수준은 선두주자인 UR과 비교해 로봇 설계·제어 기술은 거의 대등하다고 평가되지만, 부품에 있어서는 아직도 해외 선진 기업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 교수 역시 현재 국내 협동로봇을 비롯한 산업용 로봇 산업의 활성화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높은 부품 가격을 꼽았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활발히 협동로봇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가격이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는 것. 국내 기업은 협동로봇의 가격 구성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모닉 드라이브 감속기와 서보 모터의 수입 비중이 커 가격 경쟁력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모터의 경우 최근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급격히 높아져 국내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하모닉 드라이브는 아직 일본 제품에 비해 성능·내구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송 교수는 “최근 국내 여러 기업들이 하모닉 드라이브의 출시와 성능 향상을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국내 협동로봇 기업에 큰 도움이 되리라 예상된다”며 “UR은 높은 브랜드 파워와 많은 적용 사례가 있어 시장 지배력이 매우 견고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 많은 적용 사례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송 교수는 협동로봇의 제품뿐만 아니라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동로봇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단지 로봇 본체만을 판매하는 형태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같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국내 로봇 생산자가 타 기업과 차별화되는 현장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로봇으로 협동로봇의 판매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수립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제조업이 우수한 국내의 제조현장이 좋은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송 교수는 높은 가반하중을 갖는 협동로봇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에서 인간과 로봇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중량물 취급은 작업자가 장시간 감당하기 힘든 작업일 뿐만 아니라 장기간 작업 시에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로봇의 보조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협동로봇의 특성상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로 로봇 자체의 경량화는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사용하는 모터의 용량 또한 제한돼 있어 재래식 산업용 로봇에 비해 가반하중이 매우 작은 편에 속한다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현재 로봇의 기술 수준으로 로봇이 중량물을 조립하는 것은 인식과 지능이 없는 로봇에게는 매우 어려우며, 이는 인간이 로봇에 비해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따라서 중량물을 조작하고 조립하는 작업에 있어 인간과 로봇의 협업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며,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의 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송 교수 연구팀에서는 10년 이상 개발해온 협동로봇용 중력보상 장치에 대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동일한 모터를 사용하더라도 협동로봇의 가반하중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을 30%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

이미 일부 기업이 이 기술을 통해 가반하중이 큰 협동로봇을 출시하고 있으며, 연구팀은 이를 더 많은 국내 기업에 이전해 협동로봇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일조할 계획이다.

최근 연구팀에서는 개발 중인 저가형 툴 체인저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그리퍼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도 협동로봇과 결합해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요식업 등의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송 교수는 “협동로봇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로봇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협업 생태계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생산자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작업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로봇 하드웨어와 함께 공급하는 솔루션 공급자의 역할을 해야 하고, 소비자는 자신의 공정을 생산자에 제공하는 등 피드백을 통해 생산자가 현장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생산기업과 소비기업 간의 건전한 생태계를 통해 여러 생산 공정에 적합한 다양한 솔루션을 로봇 하드웨어와 같이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며 “생산자는 많은 하드웨어의 판매를 통한 수익을 극대화하고, 소비자도 별도의 비용 없이 생산자가 제공하는 솔루션을 현장에 그대로 활용함으로써 비용과 시간의 절감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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